(Alan Gleason)
영어번역가, 편집자
번역을 통해 만난 히포
1990년 당시 나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에 살면서, 프리랜서 번역가로 생활하고 있었다. 의뢰가 오는 것은 주로 과학 및 기술 분야이지만, 특히 즐겨하는 것은 만화의 영어 번역이었다. 어쨌든 처음 다룬 번역 원고는 원폭 투하 히로시마를 다룬 「맨발의 겐」이라는 만화였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보스턴의 번역 회사에서 만화 통번역사를 찾고 있다는 연락이 있었다. 나는 즉시 "OK"라고 답했다.
도착한 원고를 보니, 이것은 만화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일러스트가 많이 들어있는 원고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무려 수학! 게다가 복잡한 미분. 적분 같은 것이었다. 벌써 수 년 전부터 귀찮은 수학과는 인연을 끊은 나였기에, 과연 이런 책을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쨌든 도전해 보려고 정식으로 의뢰를 받긴 했지만, 수학과 관계된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재미있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다시 그 내용을 읽고 놀란 것은 이 책 (바로 히포의 연구 부문인 토라카레에서 출판 된 「푸리에의 모험」)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자신이 그 모험에 이끌려 그토록 골칫거리로 생각했던 수학에 빠져 들어갔다는 것이다. 번역자인 나야말로 저자인 토라카레의 모두와 똑같이 지식 제로라는 원점에서 시작해서, 모두의 이해 과정을 추적했고, 나와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던 수학과 조금씩 (때로는 점점) 친해져서, 결국 내 머리에 그것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몇 달은 번역하면서 매일 그런 체험을 하며 지냈다. 그래서 영어로 원고가 완성 된 무렵에는, 푸리에 수학에 대해서는 이제 내 자신도 어딘지 모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의외의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번역 작업 자체는 보스턴의 번역 회사를 통했으므로 토라카레의 여러분들과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도대체 어떤 그룹인가하고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책의 서문 등에서 서술하고 있는 「다언어를 배우는 접근방식」 (공부가 아니라 아이처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확실히 그렇다고 즉시 공감했다. 왜냐하면 일본 태생의 미국인이었던 나에게는 이미 그와 같은 체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어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도쿄의 아메리칸 스쿨에서 공부했지만, 그것은 나에게 수학보다 힘들고 서툰 수업이었다. 가족과 학교의 친구들과는 일상적으로 영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쇼핑이나 전철을 탈 때가 아니면 최소한의 일본어 말고는 사용할 기회도 없었다. 지금 일본어를 영어로 번역 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게 된 것은 공부가 아니라 일본의 대학으로 돌아와 일본인 친구가 생긴 것, 그리고 오랫동안 서툰 일본어로라도 거리낌 없이 그들과 매일 대화한 덕분임에 틀림없다.
「푸리에의 모험」의 영어 버전이 나온 직후, 사카키바라씨가 우연히 샌프란시스코에 올 기회가 있어서 그곳에 함께 식사초대 받은 것이 처음 히포 사람들과 만나는 계기였다. 그 때 특히 인상에 남은 것은 사카키바라씨의 이야기였다. 언어 학습 방법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그의 이론과 일반 영어 회화 교실의 교수법이 얼마나 의미가 없는 것인가라는 이야기 등 나름의 경험이나 생각과 함께 깊이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이윽고, 히포에서 출판 된 새 책의 번역 의뢰가 왔다. 이번에는 「DNA의 모험」 이었다. 테마로 되어 있는 분자 생물학에도 미분, 적분처럼 무지한 나였지만, 나는 원래 수학보다 생명, 진화론, 유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도 흥미를 갖고 즉시 "YES"라고 맡게 되었다. 또한 이번에는 중개 번역 회사를 통하지 않고 히포 직원들과 직접 업무를 진행했던 것도 즐거움의 하나였다.
「DNA의 모험」을 번역하고 있는 동안 나는 다른 작업과의 관계 때문에 때때로 도쿄에 출장을 간 적도 있었다. 그 때, 히포 본부가 있는 시부야의 토라카레를 방문하여 책의 일러스트로만 봐왔던 저자들, 그리고 계속 메일로만 만나왔던 사람들도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함께 마시러 가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하며 모두와 동료가 된 것은 나에게 있어 이 프로젝트를 하며 얻게 된 큰 성과였다. 「DNA의 모험」번역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그렇게 발행된 영어판은 꽤 괜찮은 책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히포의 연구서 번역에 참여한 덕분에, 언어, 수학, 자연, 생명, 진화에 대한 내 나름의 이해가 한층 깊어지고, "자연의 신비"에 대해서도 한층 더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말”에 대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번역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히포와의 만남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